
스웨덴 유학생과 함께하는 생생한 북유럽 스토리_vo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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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가다가 눈에 들어온 예쁜 단풍 길
내가 사는 룬드 지역은 상대적으로 북쪽에 있는 지역보다 따뜻한 편이다. 기록적인 한파를 보냈던 작년 한국 겨울에는 롱패딩이 교복처럼 유행했다고 해서 나도 롱패딩을 구입해 오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국처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웨덴 가을 날씨가 작년보다 훨씬 따뜻하고 맑은 탓에 겨울 외투를 빨리 꺼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일교차가 커지고 얼굴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낮아지기에 길에서도 경량 패딩과 목도리를 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옷가게도 따뜻한 코트와 모자, 부츠 등 보온성이 높은 아이템으로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스웨덴 브랜드 bric∙a∙brac 매장의 모습. 90년대 초 스톡홀름의 작은 패션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지금은 고텐버그, 룬드까지 포함해 3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개인적으로 스웨덴 패션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앵클부츠와 따뜻한 색상의 비니로 믹스매치한 모습이 돋보인다.
▲ 따뜻한 가을 날씨에 즐겨 입게 되는 옷들. 유학생활을 하면서 옷을 많이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돌려 입기의 달인이 된 것 같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스웨덴 브랜드 H&M은 이 곳에서도 대중적인 브랜드 중 하나이다. 최근 인종차별적인 광고나 넘쳐나는 재고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환경단체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받는 등 여러 구설수에 시달렸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의 선두 주자답게 학생들도 많이 애용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 룬드 시내에 위치한 H&M 매장의 모습
▲ 룬드 시내에 위치한 Humana Second Hand shop의 모습. 크진 않지만 옷과 신발, 액세서리 위주로 잘 구성되어 있다.
▲ Humana Second Hand shop의 내부 모습. 비슷한 종류의 옷끼리 잘 분류되어 있어 원하는 품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방학기간 한국의 강렬한 여름을 보내고 스웨덴으로 돌아오면서, ‘아, 이제 어두운 겨울을 기다리는 날만 남았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에 따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있을 정도로 밝고 아름다운 스웨덴의 여름 이후에는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매일 해가 짧아지는 가을과 오후 3~4시만 되면 해가 지는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계절의 변화가 한국의 짧지만 아름다운 가을과 비교되면서 늘 한국의 가을 풍경을 그리워하도록 만들었다. 다행히도, 올해의 가을은 작년보다 훨씬 밝고 따뜻한 것 같다. 올해 스웨덴은 유례없이 기온이 높고 건조한 여름을 보내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그 영향이 여전히 미치고 있는 것인지 가을의 기온도 평년보다 높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가을로 접어들던 9월 말~10월 초에는 잦은 비와 거센 바람으로 인해 대중교통이 연착되는 등의 헤프닝이 있었지만, 요 근래에는 평균 낮 기온이 15도에 머물고 있어 오히려 한국보다 조금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 햇살이 좋은 날이면 눈에 들어오는 아무 벤치에나 앉아 멍 하니 햇살을 쬐는 일이 잦아졌다.
유례없이 따뜻한 가을 날씨에 행복했던 것도 잠시,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따뜻한 기온도 이제는 안녕일 것 같다. 곧 썸머타임도 해제되고 나면 하늘은 금새 어두워지고 공기는 더욱 차가워 질 것이다. 그래도 곧 거리 곳곳에 걸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라면 스웨덴의 춥고 외로운 가을, 겨울을 조금은 더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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